걷기동행 2015. 11. 2.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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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가을 날
논산 바람길을 걷다가
어느 집 울타리에선가
보랏빛 구기자꽃을 보았네

주황색 감을 주렁주렁 달고 선 감나무들과
제풀에 붉어진 사과들이 탐스러운 과수원을 지나며
누군가 꽃보다
열매가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말할 때
우연히 나의 눈에 띈 구기자 꽃

불로장생의
선홍빛 구기자 열매
제 아무리 고와도
나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항변하듯 피어 있던
구기자 꽃
그 보랏빛에 찔려
온종일 가슴 아리던 날이었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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