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소개 이찬수 외 9명 - 종교 근본주의를 비판학는 학자들 저자는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불교와 기독교를 비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종교교육학회와 한국죽음학회 이사,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출판위원장, 강남대 교수, 종교문화연구원장, 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를 역임하고 있다.
◈ 원페이지북 1. 종교 근본주의의 정의와 한국 유교 문화의 영향 변화하는 환경에 전통적인 것으로 대응하려는 종교 근본주의는 한국에서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보수화하였다.
다양한 학문과 자연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종교 이외의 또 다른 유력한 세계를 보는 시스템과 눈을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종교는 주변으로 밀려나거나 적어도 이전의 세력권 유지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 이 변화에 임하는 종교 혹은 종교인들은 세속화의 흐름을 적극 수용하거나, 아니면 그 세속화를 극복의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 바로 후자의 경우에 근본주의는 고개를 든다. 쇠락하는 기존의 중심성을 다시 복원하고자 변화하는 환경에 전통적인 것으로 대응하려는 것을 근본주의라 칭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엄밀한 의미에서 주변화에 대한 반발로만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들이 있다. 개신교의 경우도 여전히 한국에서 주류가 아니며, 또 과거에는 다수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여러 부분에서 근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폐쇄적이고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유교 문화가 배태한 언어생활에 있다. 즉 타인마저 자기 집단에 끌고 들어와 동일한 구성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독특한 언어습관은 그만큼 낯선 것, 이질적인 것들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하였다. 결국 이러한 경향은 의식 수준으로까지 확대되어 원활한 소통을 막는 장애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 종교의 독특한 보수적 근본주의화의 한 축을 이루었다.
2. 근본주의 사고의 부작용과 열린 대화의 필요성 자신이 선 교리적 입장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이와 다른 입장을 모두 부정하는 근본주의적 사고는 갈등과 분열, 폭력을 불러오기 때문에 타자와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
정보화가 지구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인해 문화 간 접촉과 이종결합이 촉진되는 오늘의 상황에서 종교적 다원주의와 관용의 가치가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종교적 근본주의가 도리어 강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더욱 갈 길을 잃는다. 자신이 선 교리적 입장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이와 다른 입장을 모두 부정하는 근본주의적 사고에서 갈등과 분열 그리고 폭력이 발생할 뿐이다. 한국에서도 교회 안에 토론이 없고, 신앙의 근거가 계속적으로 논의됨이 없이 그저 받아들여지는 것만이 요구된다. 신앙의 근거가 이해됨이 없이 그저 수용되거나 강요될 때 우리는 생각 없음에 빠지는 것이고, 그 생각 없음이 끔찍한 악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비록 진리라 하더라도 살아 있는 진리로서가 아니라 죽은 독단으로 지시되어서 진정한 생활력과 실천력을 주지 못하고 선을 창출해 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추종자들은 되도록 자신들의 신조에 반대되는 논의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그것들을 해석해 내지도 않으면서 근본주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 기독교도 신앙의 영역에서 자유토론과 의견 다양성의 부재가 가져오는 지적 해악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보통 신앙의 영역에서 경험을 많이 강조하지만, 그러나 그 경험만으로는 자신의 한계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느 누구도 무오를 주장할 수 없고, 사실 중에서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해석이 없이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즉 해석되지 않는 경험이란 독단에 빠질 수 있고, 그래서 경험이 해석되는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한 토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종교도 체계적 신학을 통해 자신의 논변을 구축하고 변론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교화적 신학으로 나아가 타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려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종교 인식론 혹은 신인식의 사변을 벗어나서 서로 열려진 진리 체계와 담론의 상황 언어를 통해 대화는 끝이 없어야 한다. 그 대화는 각 종교 및 철학의 전통과 현대의 근원적 대화요, 인간과 인간, 세대와 세대의 근원적 사이를 묻는 대화여야 한다.
3. 근본적 근본주의를 향해 진정한 종교적, 인간적 자세는 일체 사물에게서 중심을 보고, 모두가 저마다의 독특성을 지닌 주인임을 긍정하는 근본적 근본주의다.
진정한 근본주의는 자기중심적, 타자부정적 근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곳에서 이루어진다. 일체 사물에게서 중심을 보고, 모두가 저마다의 독특성을 지닌 주인임을 긍정하는 자세다. 자기중심적 근본주의가 뒤집어지는 곳에서 이렇게 다중심주의, 다원주의 즉 근본적 근본주의가 성립된다. 불자의 깊은 세계로 들어가면서 그곳에서 그리스도교적 가치도 발견할 줄 아는, 참으로 인간 내면의 초월적 가치를 구체화시킬 줄 아는 자세가 진정한 종교적 자세다. 자기 자신의 고유성과 타자에 대한 이러한 개방성을 지니고서만 진정한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구체적 경험의 세계를 창조적으로 살려내는 문자적 근본주의를 벗어나 근본적 근본주의가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구체적 문자에, 제한적 경험에 사로잡힌 근본주의를 꿰뚫고 정말 그 근본으로 도달할 때, 종교 간의 갈등과 불화는 평화와 조화로 전환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종교인이라면 제국주의적 근본주의 간의 충돌을 막고 정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이야말로 지극히 종교적이고, 그만큼 인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새로운 공간이야말로 근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종교적 공간이자, 종교적 논리의 핵심이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성찰도 필요하다. 특히 우리 모두의 삶에 근본주의적 종교의 피해자일 때와 수혜자일 때가 모두 존재한다면 그런 성찰은 더더욱 필요하다.
◈ 서평 내 신앙만큼 남의 신앙도 중요하다 우리는 근본주의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중용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다원주의를 수용해야 한다.
하나의 원칙만을 고집하는 근본주의는 한국 같이 세속화된 사회에서도 독버섯처럼 번지는 형국이다. 원칙은 간단명료해 이해하기 쉽고 또한 명분이 태산 같아 보여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면이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도 따지고 보면 도그마의 그림자요, 냉전시기의 이념도 도그마의 허상이다. 남한에 사는 외국인의 수가 150여만 명에 육박하여 언제 총인구의 10%에 달하게 될지 모르는데 외국인을 차별하며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는가. 통일을 이룩하는데 한 가지 이념만으로는 불가능한 여건에 또한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략... 경북일보 2012. 09. 19)
근본주의적 신앙에 동조하는 많은 신자들은 대개 학력이 낮고 사회적 권력에서 소외된 대중이다. 비록 근본주의적 신앙의 지도자들은 막강한 세계적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지만 대중 현상으로서의 근본주의는 대개 소외된 계층과 친화적이다. 요컨대 그들은 실재하는 사회를 형성하는 주역이 아니라 그 사회의 현상에 이리저리 내몰리는 사람들이다. 대중은 이런 사회에서 종종 근본주의적 종교성에 동화된다. 그런데 이런 대중의 정서를 결집시키고 분노로 표출시키는 매개자들이 있다. 그들은 영락없이 담론을 대중화할 수 있는 기술자들이고 합리성의 능수능란한 조정자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종교 근본주의에서 히틀러의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유사하다.
『종교 근본주의』는 근본주의에 대한 일반적 정의와 종교 근본주의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미국과 이슬람국가 간의 종교마찰로 빚어진 전쟁 갈등과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종교적 배타성, 유일신 사상, 하나의 믿음 등의 종교적 근본주의는 개별적 정체성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확장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절대화 하는 순간 또 하나의 정치폭력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맹목적인 신앙의 위험성을 깨닫게 해준다.
국가를 구성하는 가정과 사회각층에서 근본주의적 충돌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근본주의에 매몰되다간 공멸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한편 성서에 도전장을 냈던 만물의 진화론은 다원주의의 원천이다. 서양의 다원주의는 동양의 중용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중용사상은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화합하는 사회를 지향한다. 따라서 근본주의보다는 다원주의가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구하는 원천이 되어야 한다.